한겨울 독감이 벌써? 8월부터 유행 시작

한겨울에 주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가 올해는 이례적으로 8월부터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입원환자도 함께 늘어나면서 두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확산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른 시기에 시작된 인플루엔자 유행이 겨울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3.3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25~2026절기의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인 9.1명도 이미 넘어섰다.
인플루엔자뿐만 아니라 코로나19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109명으로 집계됐다. 8월 초 48명에서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보건학협동과정 교수는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보통 11~12월에 발표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8월에 이미 유행 기준을 넘어선 것은 2009년 신종플루 이후 가장 이른 수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평소보다 이른 인플루엔자 유행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8월 셋째 주부터 전국적인 유행이 시작됐다. 이는 1999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른 기록이다. 대만과 홍콩에서도 7~8월부터 인플루엔자 유행이 보고됐다.

올해 유행이 일찍 시작된 이유로는 지난겨울 유행 양상과 폭염 등이 거론된다. 정 교수는 지난 겨울 H3N2와 B형 인플루엔자가 주로 유행하면서 H1N1에 대한 면역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바이러스 변이가 축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사람들이 실내에 모여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점이나 국제 이동이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런 요인들이 실제로 이번 유행을 앞당긴 원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플루엔자가 매년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이유 역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낮은 절대습도와 실내 밀집, 학교 개학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는 특정 계절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여름과 겨울에 두 차례 유행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정 교수는 기후와 생활환경의 변화가 인플루엔자의 계절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한국 역시 앞으로는 겨울에만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중 감염이 발생하는 환경으로 바뀔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 교수 연구팀이 만든 인플루엔자 유행 전망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통계 시계열과 과거 비슷한 유행 사례, 감염에 취약한 사람의 규모가 줄어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형 등을 결합해 전망을 내놨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의 여름 유행이 9월 들어 약해진 뒤 12월 말부터 내년 1월 초 사이에 평소와 같은 규모의 유행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다.
두 번째는 현재 유행이 쉽게 꺾이지 않고 가을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경우 겨울에 유행 규모가 크게 치솟지는 않지만 중간 정도의 유행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두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유행 정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현재 유행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에는 해당 절기 전체 환자 수가 다른 시나리오보다 약 1.4배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어떤 시나리오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정 교수 연구팀은 현재 유행이 계속 이어지는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키고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 교수는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지키는 것이 여전히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증상이 있을 때 실내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내 환기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임신부, 만성질환자, 영유아 등은 예방접종 일정이 시작되면 미루지 말고 접종받을 것을 당부했다.
정 교수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학교나 직장에 나가는 것을 미루는 것이 자신과 주변 사람을 모두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고위험군의 경우 열과 기침이 시작되면 신속하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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