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단독 개최 ‘삐걱’…서울 공동올림픽 카드 꺼냈다
전주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방향을 틀면서 정부 심의가 멈춰 섰다. 애초 ‘전주 단독 개최’를 내세워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됐지만, 뒤늦게 서울과의 공동 개최를 추진하면서 유치 전략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전북도의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심의를 보류했다. 전북이 기존 전주시 단독 개최안을 접고 서울시와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당초 심의 대상이던 계획과 내용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전북은 지난해 2월 대한체육회의 국내 후보 도시 선정 투표에서 서울을 제치고 최종 후보지로 뽑혔다. 당시 전북은 전체 61표 중 49표를 확보했고, 서울은 11표에 그쳤다. 전북은 이를 바탕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48년 만의 국내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후보지 선정 이후 준비 과정에서 전주 단독 개최의 현실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체부와 전북이 시설 여건을 점검한 결과, 올림픽 경기를 치를 경기장과 선수·관계자 숙박시설, 미디어촌 등 핵심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전주 단독 유치안이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역사회 안에서도 단독 개최에 대한 부담론이 확산됐다. 막대한 시설 투자와 운영 역량 문제를 고려할 때 전주만으로 올림픽을 치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커졌다. 이에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원택 전북지사는 기존 전략을 수정해 서울과의 공동 개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지사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전주·서울 공동 개최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도 여러 차례 보냈다. 전북 측은 서울이 개회식을 맡고 전주가 폐막식을 진행하는 방식 등 역할 분담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동 개최가 추진될 경우 대회 명칭은 ‘전주·서울올림픽’ 또는 ‘서울·전주올림픽’ 형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서울시는 이미 경기장과 숙박시설, 교통망 등 대형 국제행사에 필요한 기반을 갖춘 도시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서울이 중심이 되지 않는 공동 개최안으로는 IOC의 최종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시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이 인프라 부족을 메우기 위해 서울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정부 심의 보류로 유치 일정도 불확실해졌다. IOC는 내년 3월 후보 도시를 추리는 중간 절차인 전략대화를 열 예정이다. 그 전까지 공동 개최안에 대한 서울시의 동의와 정부·대한체육회의 절차 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북의 유치전은 차질을 피하기 어렵다.
정연욱 의원은 계획 변경이 단순한 보완 수준을 넘어 유치 신청의 기본 틀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체육회의 유치 신청 도시 승인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새롭게 유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전북의 국제행사 준비 능력도 문제 삼았다. 그는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당시 폭염과 위생 관리 부실 등으로 국제적 논란을 빚었던 점을 언급하며, 전북이 이번에도 준비 부족 논란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는 국내 스포츠계와 지방자치단체 모두에 큰 의미가 있는 국가적 사업이다. 그러나 전주 단독 개최에서 서울 공동 개최로 급선회하면서, 국내 후보 도시 선정의 정당성과 국제 경쟁력, 서울시 동의 여부까지 여러 변수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전북의 올림픽 구상이 실제 유치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동 개최의 실효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먼저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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